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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 운림산방 수묵 향연에 관람객 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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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 운림산방 수묵 향연에 관람객 북적
  • 고영 기자
  • 승인 2018.09.10 17: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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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4, 5전시관 풍경…수묵 진면목에 취해 발걸음 느릿

▲ 진도 운림산방 수묵 향연을 관람하는 외국인 관람객.

진도 첨찰산 아래 한 폭의 수묵화를 연상케 하는 운림산방이 국내외 남녀노소의 발걸음으로 북적이고 있다.

운림산방의 남도전통미술관과, 금봉미술관에 전통 수묵의 향연인 2018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의 4, 5 전시관이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비엔날레 4관인 남도전통미술관에는 3개의 전시실에 전시작품 하나하나 그냥 지나칠 수 없을 정도로 눈과 마음을 잡아끄는 33개 전통수묵작품이 전시돼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다.

‘요산요수(樂山樂水)’를 주제로 펼쳐진 4관 금봉미술관의 작품들은 산처럼 크고 물처럼 맑은 기운을 느끼고 알고자 하는 사람의 마음을 제대로 짚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시 작품 가운데 류재춘의 ‘묵산’은 하늘로 치솟은 바위가 마치 실제보다 크다는 느낌을 줄 만큼 수묵만의 특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한 어린아이가 “엄마, 여기 바위가 엄청 커”라고 외칠 정도다. 바위틈 사이로 빛나는 억새꽃이 하늘거리며 바위산 사이마다 가을단풍이 수수한 자태로 촘촘하다.

김승학의 ‘월출산의 서정’에는 가을 향기가 물씬 풍겨난다. 멀리 바윗길 사이로 아슬아슬하게 걸려 있는 구름다리는 산의 험준함을 새삼 알게 해주고, 산 밑에서 올라오는 안개는 산의 깊이를 짐작케 한다. 가을에 월출산을 오른 경험이 있는 중년 관람객들은 다들 어디서 본 듯한 장면이라며 서로에게 한 마디씩 건네더니 이내 제목을 보고선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만족해하는 모습을 보인다.

김원술의 ‘구도’는 마치 화폭에 담긴 길을 걷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다. 키가 큰 노송이 우뚝 서 있는 터널 밑으로 깊어가는 산길. 저 길 끝에 우리 모두가 찾는 그 무엇이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준다.

정영남의 ‘향토(Home Town)’는 추수가 끝난 후 거니는 이 하나 없는 넓고도 황량한 회색빛 들녘을 묘사했다. 마을로 이어지는 길은 보이지 않고 오래 전 고향의 기억처럼 멀어지는 가로수만 희미하게 보인다. 생명력을 찾을 수 없는 쓸쓸한 화면이라 느끼던 찰라 화면 아래 풀숲에서 청둥오리 부부가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관람객들은 마치 신선이 된 듯 “신이 그린 운림산방이라는 그림 속에 인간이 그린 그림이 들어 있는 것 같아 느린 걸음으로 자연과 인생의 이야기를 듣고 왔다”는 격조 높은 소감을 밝힌다.

작품 앞에서 빙그레 미소 짓는 노년의 관람객, 그림의 힘찬 기세에 놀란 아이들, 그림 앞에서 흡사 문화충격에 휩싸인듯한 외국인 관광객들, 관람객들의 반응은 모두 제각각이다.

작품해설(도슨트)을 하는 이정희 씨는 “관람객을 안내할 때 작품에 대한 많은 설명이나 해석을 하지는 않고, 전체적 전시 주제와 전시관별 분위기, 간략한 작품 소개만 한다”며 “해석은 전적으로 관람객의 몫”이라고 말했다.

/고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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