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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교육청, 학교 학생회에 예산집행권, 선거 공약 실현 학교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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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교육청, 학교 학생회에 예산집행권, 선거 공약 실현 학교 ‘변화’
  • 백대홍 기자
  • 승인 2019.06.28 14: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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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게 달라진 초.중등 교육현장, 성인이 되어 만들 미래 ‘주목’
▲ 2018 학생자치활동 역량강화캠프 장휘국 교육감이 학생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 시교육청은 2018년부터 각급 학교가 학교표준교육비의 0.5%이상을 학생자치회 운영비 예산으로 의무 편성토록 하고 있다. 학생자치회에 예산 편성 및 집행 권한도 부여했다.

광주광역시교육청(교육감 장휘국)이 각급 학교 학생회에 학교표준운영비의 0.5% 이상에 대한 예산 편성권과 집행권한을 부여한다고 밝힌 지 1년6개월. 학생회가 강화된 학교민주주의를 바탕으로 교육현장을 바꾸고 있다.

광주 두암초등학교(교장 정성숙) 학생회는 1986년 개교 후 33년 학교 역사에 없었던 첫 예술제를 직접 개최했다. 학생회가 선거 공약이었던 예술제 개최에 1학기 사업비 46만2천 원의 67%인 31만2,130원을 과감히 투입한 것. 넉넉한 예산은 아니지만 여러 아이디어를 실현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학생들이 계획한 행사라 기존 행사들과 차이가 있었다. 기간이 일단 길었다. 하루 이틀 안에 끝나던 다른 행사들과 달리 6월 10일부터 27일까지 약 3주간 진행했다. 글짓기‧시화‧그림 세 분야에서 3~6학년 98명의 참여를 받았고 SNS와 아이돌 선발 대회처럼 전체 학생들에게 스티커로 ‘좋아요’를 받는 방식으로 입상작 선정과 흥행 몰이를 했다. 대회의 계획 수립부터 심사, 선정까지 학교는 개입하지 않았다. 모두 학생 손으로 결정했다.

이번 두암초 전교학생회 공약은 예술제뿐만이 아니었다. 학생 축구리그전, 전통놀이 바구니 설치, 음수대 수질 공개 등도 현 학생회장, 부학생회장들이 내건 공약이다. 학교생활 만족도와 안전, 건강 확보를 위한 다양한 공약이 나와 학생회가 마치 ‘국회’ 또는 ‘시의회’ 역할을 한다는 느낌마저 준다. 학생회도 ‘의회’이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결과다.

두암초 학생회 올해 1년 예산은 154만 5천 원이다. 선거비용 12만 원 포함이지만 공약 실현을 위한 학생회 활동은 앞으로도 ‘착착’ 진행될 예정이다. 두암초 자치활동 담당 장태평 교사는 "두암 예술제가 학생들의 자발성과 학생들에 대한 믿음을 키워주는 학교문화 형성에 한발 다가설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변화는 다른 곳에서도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광주 일곡중학교에 부임한 교직원들은 처음에 많이 놀란다. 일곡중 고홍배 행정실장은 “학교가 대부분 학생 결정으로 돌아간다. 아직 익숙한 모습은 아니기 때문에 처음 (일곡중에) 발령을 받으면 많이들 놀라신다”고 말했다.

일곡중 학생자치는 교육현장에서 유명하다. 12월에 선출된 예비 2‧3학년 학생 대표들은 다음해 1월 수련회를 떠나 1박2일에 걸쳐 1년간 학교일정을 토의를 거쳐 결정한다. 3월 입학식부터는 그 계획대로 학교가 운영된다. (1학년 학생회는 4월에 추가 구성된다.)

처음부터 학생자치가 활발하지는 않았다. 1995년 개교 후 지금 학생회 체제가 만들어진 시기는 2017년, 학생회 예산편성은 2018년부터 이루어졌다. 예산편성 첫해 학생회 운영비는 200만 원이었으며 학교가 학생회 교육비로 300, 대의원 수련비로 300만 원을 별도 배정했다. 올해도 액수는 비슷하다. 전반적으로 학생회를 잘 가르쳐 학교 운영 방향을 현명하게 결정하도록 하는 모양새다. 예산 편성이 학생자치에 탄력을 주었음은 물론이다.

일곡중 학생회 특징은 학년별로 움직인다는 점도 있다. 총학생회의 ‘나를 따르라’는 모습보다는 각 학년 학생회가 스스로 활동을 결정하는 모습이 훨씬 많다. 각 학년 학생회는 13명, 3학년까지 총 39명이다. 평균 주 2회 모여 학교 현안과 일정 등을 논의한다. 예를 들어 학교 야영 행사도 학년 단위로 회의를 한 후 교사들은 지원하는 정도만 하고 있다.

일곡중 김방희 교사는 “본격적인 학생자치가 3년 정도 됐다”며 “올해 들어 안정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4월5일 개최된 일곡중 ‘스포츠파티’는 학생자치가 학교를 얼마나 바꿀 수 있는지 단편적으로 보여준다. 당시 ‘스포츠파티’는 여러 언론에 소개되며 화제를 모았고 ‘21세기 학생들의 이색 운동회’로 알려졌다. 혁신학교이자 다문화 중점학교이고 교육복지 우선 투자학교인 일곡중은 공동체가 개인이 개별적으로 처한 열악한 환경을 극복하는 사례를 만들어가고 있다.

2014년 개교한 광주 신용중학교는 2016년부터 학생회에 소액이지만 예산을 배정했다. 2016년 30만 원, 2017년 210만 원을 편성했다. 학생회 예산이 의무화된 2018년부터는 학생회 총 예산을 1년에 1,000만 원으로 대폭 늘렸다. 2019년에는 학생회 운영비 500, 혁신부 학생지원비 270, 자치모델 공모지원비 300을 합쳐 1070만 원이 배정됐다.

신용중 학생회는 SNS 페이지를 통해서도 학생들과 소통하며 활동한다. 체육대회나 등교시간 캠페인 등 물론이고 5‧18, 세월호, 학생의 날 추념행사를 학생회가 직접 담당한다. 2018년 5월18일에는 ‘신용중 학생시민이 묻고 교육부장관이 답하다’ 행사를 열기도 했다.

2010년 개교한 산정중학교 학생회가 갖는 특징은 ‘거침없음’이다. 이곳 학생 자치는 이미 성숙단계에 달했다는 평가가 있다.

예산은 학교표준운영비 의무배정 비율의 4배가 조금 안 되는 1.89%를 배정받고 있다. 매해 약 100만 원을 공약이행 예산으로 별도 배정받는다. 공약을 반드시 지키라는 의미다. 올해 학생회장은 공약으로 “겨울에 온수를 나오게 하고 물비누도 설치”하겠다고 내걸었다. ‘온수’는 3월부터 실현됐고 물비누도 설치 완료됐다. (현재는 날씨가 따듯해져 겨울까지 보일러 가동을 중단했다.)

학교 주요 사안을 학생대표와 교사대표단이 모여서 결정한다. 1개 행사에 평균 3~4회 회의를 갖고 어떻게 구성할지 협의한다. 특이 사항이 없으면 보통 학생대표가 방향을 제시하고 교사대표단이 행사를 구체화하는 역할을 한다. ‘교복자율화 추진 과정’에선 교사대표단 4명과 학생대표 4명이 모여 최종적으로 사복 허용에 합의하기도 했다. 학부모회도 여러 행사에 참여해 손을 보태고 있다. 5월이 되면 주먹밥 만들기를 돕는 식이다.

학생회는 4‧16, 5‧18 추념행사뿐만 아니라 위안부 문제 바로잡기 행사, 작은 소년상 건립 등을 담당해 왔다. 2016년에는 학생회가 파악하기로 학교로서는 전국 최초로 세월호 유가족을 학교 추념행사에 초청했다. 이후 생존자, 시민단체 활동가 등을 지속 초청해 강연을 진행했다. 4‧16, 5‧18 추모 행사로 뮤지컬 등을 제작해 교내 무대에 올리기도 했다. 교권침해, 학교폭력을 극복하기 위해 학생대표와 교사대표단이 모여 서로 10개 요구사항을 제시해 협약을 맺어 갈등을 해결한 사례도 있다.

산정중 학생회 예산은 학생회 운영비가 600만 원이고, 축제 운영비 등 학생회가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을 포함하면 더욱 늘어난다. 2019년 목표는 전교단위 자치를 넘어 학년, 학급 단위 자치 활성화다.

올해 학생회는 공약으로 ‘학생 문화의 날’ 운영을 내걸었다. 일명 ‘르네산정–문화공간’이다. 3월 준비를 거쳐 4월에는 추억의 전통놀이 뽑기 대회, 5월 5.18프로젝트와 연동한 택시운전사 상영회와 다과회, 6월 노래 경연대회를 진행했다. 7월 15~17일에는 공포영화 상영회를 준비하고 있다.

산정중 정은진 교사는 “우리 학생들은 원하는 의견을 거침없이 말한다”며 “이러한 의견제시가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학생회장 공약설명회 때는 전년도 졸업생들이 와서 중립적 위치에서 선거를 돕는다. 학생회 운영 노하우가 매년 계승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선거 때는 후보를 향한 청중(학생)질문이 활발히 이루어진다. 학생들은 후보들의 답변을 듣고 투표한다.”며 “무엇보다 행정실의 적극적인 지원이 (학생자치 활성화에) 많은 도움이 된다.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광주시교육청은 2017년 12월20일 광주교육연수원 대강당에서 열린 ‘2018 주요업무계획 설명회’를 통해 2018년부터 각급 학교가 학교표준교육비의 0.5%이상을 학생자치회 운영비 예산으로 의무 편성하고 학생자치회에 예산 편성과 예산 집행 권한을 부여하도록 안내한 후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

장휘국 광주교육감은 지난해 8월 진행된 ‘2018 학생자치활동 역량강화캠프’에서 학생 대표들을 만나 “학생자치활동의 제반 여건을 개선하고 행·재정적 지원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겠다”며 “우리 청소년들이 민주시민으로서 세상을 바꾸고, 역사의 주인공으로 함께 성장하기를 소망한다”고 밝혔다.

/백대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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