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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제일정보중·고등학교 만학도 204명 입학식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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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제일정보중·고등학교 만학도 204명 입학식 개최
  • 정소희 기자
  • 승인 2023.03.03 16: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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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 만에 입학, 학교 말만 들어도 가슴이 울렁거립니다”
목포제일정보중·고등학교 만학도 204명 입학식 개최.
목포제일정보중·고등학교 만학도 204명 입학식 개최.

“70년 만에 입학, 학교 말만 들어도 가슴이 울렁거립니다”

3월 2일, 어른들이 공부하는 목포제일정보중고등학교의 입학식이 있었다. 신입생은 중학교 김승태 외 81명, 고등학교 박정란 외 121명 총 204명이다.

입학생 가운데는 뒤늦게 초등문해학력인정프로그램을 통해 초등학력을 얻어 중학교에 입학하는 만학도가 14명이다. 입학생 한 사람 한 사람 가슴 속에 저마다의 못 배울 수밖에 없었던 사연을 간직하고 입학식에 참석했다.

85세 최왕길 만학도는 중학교 입학생 최고령자이다. 진도군 의신면에 거주하고 계신 최왕길 만학도는 신문방송에서 늦깎이로 배우는 만학도의 학교생활을 보면서 결심을 했다고 한다. 현재 최왕길 만학도는 지난 해 전남최고령자로 요양보호사에 합격해서 노환이 깊은 아내를 돕고 있다.

입학소감을 묻자 “나이 들어 언제 갈지 모른다고 무의미하게 세월을 보내다 뒤늦게 후회하는 선배들을 많이 보았다. 건강하게 체력관리를 잘하면서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한다면 나중에 후회나 아쉬움이 없을 것이다. 나이에 집착하지 않고 가는 날 가더라도 노력해서 의미를 찾는 것이 좋겠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지 70년 만에 중학교에 입학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울렁울렁하다. 경험해본 사람이 아니면 이 기분 알지 못할 것이다”고 말했다.

최왕길 만학도는 입학과 함께 제3의 인생이 시작되었다. 세상살이 하면서 선생님이란 말을 할 기회가 없었는데, 이 나이가 되어서 선생님이란 소리를 내 입으로 할 수 있다니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고 어린 아이처럼 기뻐했다.

연 없는 사람은 하나도 없지만 고등학교입학생 박정란(65세)씨도 특별한 사연 속에 입학했다. 지난 2월 15일 목포제일정보중학교를 졸업하던 날은 친정어머니와 형제자매들이 모두 와서 축하해주었다. 졸업식이 진행되는 가운데 박정란 씨 본인뿐만 아니라 “딸아 미안하다. 그리고 고맙다”고 말하는 어머니의 눈에도 눈물이 촉촉했다.

박정란 씨가 중학교에 입학한 것은 정년퇴직한 뒤 어머니가 계신 고향으로 돌아온 다음이었다. 남편과 사별하고 억척스럽게 딸들을 공부시켜 출가시킨 후, 비로소 그녀의 인생이 시작된 것이다. 초등학교를 마치고 끝난 줄 알았던 그녀의 인생이 중학교를 마치자 이제는 여고생이 된 것이다. 생각만 해도 가슴 설레는 일이다. 박 씨는 중학교 다니던 때에 교내 글짓기 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기도 하는 등 글쓰는 것을 좋아한다. 고등학교에 입학하면 생활 글쓰기를 좀 더 자연스럽게 할 수 있도록 공부하고 싶다는 포부를 안고 있다.

정대성 목포시교육장은 “우리나라가 이렇게 발전하고 잘 살게 된 것은 여러분이 희생하고 봉사한 결과다. 이제 삶에 대한 열정과 희망을 가지고 입학한 여러분의 결정에 박수를 보낸다”며 “여러분이 꿈꾸는 미래에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도록 목포시교육청에서는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격려했다.

중학교입학생 가운데 부부 만학도는 김승태(59세) 안*순(56세) 씨와 김*진(67) 이*비(64세)씨, 김*영(78세)정*남(75세) 모두 세 쌍이다.

3월 2일 입학식을 기점으로 새로운 인생의 꽃씨를 심은 만학도 어르신들 204명의 삶에 아름다운 배움꽃이 활짝 피어나기를 기대한다.

/정소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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