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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정환 공학박사<한국폴리텍대학 목포캠퍼스 조선설계과 교수> / “소쿠리 비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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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정환 공학박사<한국폴리텍대학 목포캠퍼스 조선설계과 교수> / “소쿠리 비행기”
  • 호남타임즈
  • 승인 2014.04.07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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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어느 날 학교를 다녀온 나는 들녘으로 모심기 구경을 나간 적이 있었다. 형님들과 어르신들께서 모를 심고 계시는 것이 재미있어 보였던지 꼬맹이인 나도 끼어들고 싶었지만 모심는 것은 고사하고, 못줄 잡기도 힘이 부족했을 때였기 때문에 포기하고 우왕좌왕 두리번거리다가 주위를 살펴보니 못단이 쌓여 있었고 그 못단을 힘차게 던지고 있던 사람 쪽으로 발길을 옮겨가서 몇 단을 힘껏 던져 보았었다.

그랬더니 “야-아, 너 참 잘 하는구나!”하고 어른들께서 칭찬을 아끼지 않고 외쳐 대었다. 그 바람에 나는 힘든지도 모르고 무거운 못단을 계속 던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만두고 싶을 때가 되면 “여-어 참 잘하구나!”하며 신바람을 일구어 주시어 쉴 틈도 없이 한참동안 던졌던 결과로 2~3일 동안 심한 몸살을 앓은 적이 있었다.

중학교에 입학 했을 때서야 그때의 칭찬이 소쿠리 비행기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칭찬에 대한 거부반응은 어릴 적 사연에서 비롯된듯하다. 이제부터는 소쿠리 비행기를 타지 않겠다고 몇 번이고 다짐하면서 잊으려고 안간힘을 써보기도 했었다.

그런데 한참이 지난 후에 어머니를 따라서 친척집에 놀러 갔었는데, 나이 지긋한 아저씨가 “너 참 잘 생겼구나! 이마가 넓고 코가 좀 더 컸으면 더욱 좋겠다!”라고 하시면서 코를 자주 쓰다듬고 잡아당기면 커질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그 후 부터는 틈만 있으면 코 만지기에 바빴으며, 그로 인해서 선생님께 꾸중을 들은 적도 많았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잘 생겼다는 아저씨의 말 한마디가 소쿠리 비행기를 타는 것인 줄도 모르고 계속해서 코를 만진 탓으로 코는 남달리 커지게 되었고, 관상과 사주가 엇갈려 감정가로 하여금 고개 짓을 하게한 적도 있었다.

그리고, 어린 시절에 심부름을 독차지한 것은 내 자신이 소쿠리 비행기에 약했기 때문이었을 거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래서인지 나는 남에게 칭찬하는 일에는 신중을 기하다보니 한때는 차갑고 인색하다는 말도 들어본 적이 있었다.

누구나가 소쿠리 비행기에 약한 어린 시절은 있기 마련이다. 그 비행기는 한두 시간, 길어야 하루 남짓으로 끝나는 그런 여정이 아닌 경우가 많다. 어쩌면 우리 주변에는 어린 시절 자신도 모르게 탔던 소쿠리 비행기로 지금껏 인생여정을 계속하고 있으면서도 그 사실을 모르고 있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소쿠리 비행기는 마녀의 요술 지팡이처럼 순수하고 여린 사람에게는 ‘꿈꾸는 왕자’나 ‘잠자는 공주’로 만드는 마력을 발휘하면서 오늘도 우리의 주변을 맴돌고 있다. 한순간 웃어넘기기 위한 짧은 여정의 소쿠리 비행기는 마구 태워도 좋으나 인생의 여정을 좌우할 소쿠리 비행기는 모든 점을 더욱 더 신중을 기했으면 한다.

공동체 속에 살아가면서 나이에 상관없이 모두들 그런 마음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한 환경에 처하게 되면 자기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들떠 자기중심을 잃어버리곤 한다. 사람들은 그것을 ‘소쿠리 비행기’라고 한다.

많은 사람들은 칭찬을 갈망하면서 사는 존재이기 때문에 칭찬이나 격려는 모든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신비한 힘을 가진 것이기에 모두가 칭찬을 받게 되면 자신감과 기쁨에 넘쳐 무기력해 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학교생활에서 선생님의 칭찬 한마디는 학생들의 학습에 대한 의욕을 백배 북돋운다. 그토록 싫어하던 학습에서도 칭찬이 함께하면 자신감을 가지고 흥미 있게 헤쳐 나가게 되는 점들로 보아 적절한 칭찬은 학생들의 약점을 오히려 강점으로 바꿀 수 있는 칭찬의 힘이라 생각해 본다.

<목포타임즈신문 제92호 2014년 4월 9일자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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