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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시 원도심‘목원동 오름길 벽화 골목’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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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시 원도심‘목원동 오름길 벽화 골목’등장
  • 정소희 기자
  • 승인 2014.05.13 11: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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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후된 목포 원도심 골목길, 옛 정취 담은 벽화로 새롭게 변모/주민, 동사무소, 목포시, 디자인회사 협력 도시재생 모델 제시

▲ 골목 귀퉁이에서 마주 달려오는 예쁜 소녀에게 고백하려고 등 뒤로 꽃을 숨기며 기다리고 있는 수줍은 소년의 모습
목포시 원도심 목원동 오름길에 아기자기한 벽화가 그려져 골목이 밝아졌다.

유달산 아래에 위치한 이곳은 목포시의 하당 신도심 개발로 인해 인구가 급격히 감소되면서 빈집도 늘어나고 낙후성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오랫동안 동네가 방치되자 주민들은 환경개선 차원에서 동사무소에 벽화를 그려줄 것을 요구했다.

목원동사무소는 주민들의 건의를 받

▲ 서산초 후문 계단 아래 오름길 입구
아들여 주민참여예산으로 벽화사업을 목포시에 건의했다. 목포시 담당부서인 경관사업과도 목원동에서 올라온 주민참여예산사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여 지난해 11월경에 벽화사업을 추진했다.

오름길은 과거 목포 원도심의 대표적인 길로 수문로에서 달성초교로 올라가는 길이다. 그런데 지금은 유달산 일주도로가 개통되고 인구감소로 인해 달성초등학교가 폐교되면서 주민들에게까지 소외됐으며, 오름길이 있 는 것 조차도 대부분의 시민의 기억 속에서 사라졌다.

▲ 아이들이 말뚝박기를 하는 모습
오름길 골목은 골목 자체가 어둡고 거주하는 연령층 대부분이 노인인데다가 화재가 있었고 폐가도 있다. 또 폐가에 많은 쓰레기들이 무단 투하 돼 골목 경관이 좋지 않고 우범지역으로 전락될 염려 때문에 주민들은 골목길을 밝게 바꿔주길 바랐다.

벽화사업으로 꾸며진 오름길은 요소요소에 웃음을 자아내게 하고 있다. 어느 곳에서는 골목길인데도 마치 방안에 있는 듯한 착각을 줄 정도다.

오름길 입구 돌담에는 유달산 꽃 축제의 주 무대를 이루고 있는 개나리꽃을 활용했다. 배경색 없이 그대로 살려 돌담위에 개나리가 피어난 것 마냥 오래된 벽의 특성을 살려 조화를 이뤘다. 그리고 그 밑에는 꼬리를 흔들고 있는 것 같은 하얀 강아지가 한 마리 그려져 있다. 또 돌담위에 작은 모형 새들이 앉아 있었는데 불과 몇 달 사이에 부잡스러운 아이들이 떼어가 버렸는지 지금은 그 흔적만 남아있다.

▲ 목포의 찬가 벽화
조금 내려가 본격적으로 벽화가 시작되는 곳에는 우리 동네라는 이름으로 목포의 찬가를 써놓은 담벼락이 반기고 있다. 목포의 찬가 담벼락에도 모형 새들이 있는데 그곳은 그래도 처음에 설치했던 모형 새들이 그대로 남아있다.

반대편에는 작은 창문 두 개를 이용해 방 안에서 보는 것 같은 시각적인 효과를 준 모습이 그려져 있어 마치 방 안에 있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다. 큰 창문틀이 있는 담벼락에는 창문틀을 이용해 그려진 가마와 가마를 든 가마꾼들의 모습이 담겨있어 그 안에 누가 탔는지 상상력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 방안에 있는 것 같은 시각적인 효과를 준 벽화
개인 소유의 담벼락을 이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주민들이 벽화를 요구했다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주인의 허락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집 주인들이 자신의 담벼락에 서로 좋은 디자인의 벽화를 요구했을 것이고, 이에 따라 벽화를 추진한 디자인 회사의 열정도 묻어나고 있다.

금빛색의 울창한 나무 한그루가 무성하게 피어 있는 곳을 지나자 집 벽에는 여러 아이들이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다 같이 말뚝 박기를 하고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어 유년시절의 기억을 떠오르게 했다.

반대편 폐가의 담벼락에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다 같이 흥겹게 사물놀이를 하고 있는 모습과 대문 옆에는 쓰레기를 무단 투하하면 벌금을 문다는 재미진 경고장이 그려져 있다.

주민들에 따르면 이곳은 폐가로 방치되면서 온갖 쓰레기들로 난무하여 단골 민원이 되어 왔다. 이곳을 지나는 행인들도 무심코 담배꽁초는 물론 쓰레기를 획 하고 던지고 갔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폐가라고 표현하기는 무색할 정도로 예쁜 그림들과 꽃과 나무들이 어우러진 공간으로 변모했다.

이 오름길 벽화마을에서 가장 웃음을 짓게 만드는 곳도 있다. 골목 귀퉁이에서 마주 달려오는 예쁜 소녀에게 고백하려고 등 뒤로 꽃을 숨기며 기다리고 있는 수줍은 소년의 모습이 담겨져 허전한 담벼락에 작은 설레임이 피어나고 있다.

반대편에는 설레이고 수줍은 소년과 이를 전혀 눈치 채지 못하고 귀엽게 오는 소녀를 보면서 함박 웃음을 짓는 한 무리의 동네 아이들이 있어, 마치 어릴 적 시절에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했던 짝사랑의 생각을 떠오르게 하고 있다.

목원동 김용갑 동장은 “벽화 작업이 완성되자 주민들은 동네가 밝아지고 깨끗해져서 한결 좋아졌으며, 만족스러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동장은 또 “동네가 밝아지다 보니 쓰레기 투척도 적어지고 스스로 가꾸자는 의식도 생겨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진호 목포시 경관사업과장은 “목원동 오름길은 주민들의 마음이 모아진 주민참여예산 사업의 성공적인 표준모델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오름길을 디자인 했던 (사)환경미술협회 신은주 목포시지부장은 “골목길을 밝게 하기 위해서 옛 돌담을 최대한 파손시키지 않고 그대로 보존하면서 옛날의 정취를 담기 위한 디자인을 하기 위해 노력했다”면서 “부분이 아닌 전체의 연속성이 있어야 도시 미관을 살릴 수 있고 더욱 더 발전하려면 자기 집 앞 화단조성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 지부장은 “원도심에 부분적으로 조성된 벽화들이 있는데 전체적으로 보면 연속성과 연결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도시재생이라는 관점에서 동네의 특성을 살리면서도 전체적인 조화가 이뤄지도록 통합적인 도시재생 디자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목포 목원동 오름길은 벽화가 조성된 후 주민들의 입소문을 타고 이곳을 찾는 시민들이 하나둘씩 늘고 있다. 또 국토부가 국책사업으로 목포시를 도시재생 선도지역으로 선정하기 위한 실지 조시를 위해 방문했던 곳 중에 한 곳이 이곳 오름길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소희기자


<목포타임즈신문 제96호 2014년 5월 14일자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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