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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졸업반 새내기의 좌충우돌 사회체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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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졸업반 새내기의 좌충우돌 사회체험기
  • 이윤정 기자
  • 승인 2012.03.29 16: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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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악물게 한 참치공장 삼진물산 알바”

<목포타임즈 제20호 2012년 4월 2일자 11면>
 
휴식은 오전 오후 각 10분씩 세 번
휴식외 화장실, 휴대폰 등 일절 금지
알바 끝난지 2개월 됐지만 참치 NO

고등학교를 마치고 대학을 입학하기까지 또는 새로운 직장에 취업하기까지 짧게 남은 시간을 활용하여 아르바이트에 도전하는 20살 새내기들이 많다.
많은 아이들이 해마다 졸업하는 수에 비해 턱없이 일자리가 모자란 목포는 많은 새내기들이 서울이나 광주 등의 대도시들로 떠난다.
그리고 남은 아이들마저도 일자리를 잡기엔 부족한 상태다보니, 직장을 잡지 못해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생활하는 이들도 많다.
그러다가 접하는 일명 ‘공순이’아르바이트 참치공장은 목포뿐 아니라 새벽차를 타고 무안에서도 달려 올 정도다.
김유림(20)씨도 그중 한 명이다. 김 씨는 지난해 12월 혹독한 아르바이트 경험을 했고 올 2월 고등학교 졸업을 했다.
김 씨의 말을 들어보면, 구정과 추석명절 전 참치선물세트를 만들기 위해 겨울과 여름방학시즌에 아르바이트생을 대거 모집한다.
150명 정도를 모집하는데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이 몰리기 때문에 공장에서는 아르바이트생이 부족하거나, 모자랄 걱정은 없다.
오히려 일하러온 새내기들은 자신들의 일자리가 없을까 애가 탈뿐. 공장 측은 워낙 몰려드는 일손에 골라먹기 식으로 아르바이트생을 뽑는다.
새벽 일찍 차를 타고와도 이름이 호명되지 않아 자리가 생기지 않는 사람들은 그냥 돌아가야 할 뿐이다.
한번 일을 시작했다고 안심할 순 없다. 몸이 힘들어 하루만 쉬면 이미 자신의 자리는 다른 사람으로 채워져 있기에 하루도 쉴 수 없다.
아침 8시에 근무를 시작해 오후 6시까지 점심시간과 중간의 휴식시간은 오전 오후 각 10분씩 세 번을 제외하고는 무조건 반장아주머니의 눈치를 봐가며 열심히 일해야 한다.
휴식시간 외에는 화장실, 휴대폰 등은 일절 금지. 더 충격적인 것은 휴식시간 뒤 자신이 맡은 구역에 누군가 와서 일하고 있고 자신이 갈 곳은 없을 때도 있다.
특히 자신의 구역이 앉아서 일하거나 조금 편한 곳일 경우 더욱 그렇다. 그럼 자신은 남은 구역 즉 힘들거나, 서서하거나, 무거운 것을 옮기거나 또는 반장아주머니께서 자주 왕래하는 곳으로 가게 된다.
점심시간이 오면 그래도 앉아 쉴 수 있고, 화장실도 갈 수 있고 휴대폰으로 문자도 한통 찍을 수 있는 시간.
하지만 점심 식사는 그다지 기대할 것은 없다. 참치공장에서 일하니 점심밥에 반찬은 캔 참치, 고추참치, 야채참치. 또 밥 먹을 때조차 가려지지 않는 참치비린내는 식욕을 더욱 떨어뜨린다.
점심을 먹고 오후 근무까지 마치면 우여곡절 끝에 참치공장에서의 하루가 끝난다.
귀가버스에 몸을 싣고 집에 도착하면 코를 풀면 코에서 까만코가 나오고, 발은 하루 종일 서있어 퉁퉁 붓고 손가락은 마디가 끊어질 것 같으며 어깨는 근육통으로 비명을 지른다.
저녁을 먹는 둥 마는 둥, 몸은 씻는 둥 마는 둥 대충 추스르고 침대에 기절하고 나면 다음날이 된다. 이렇게 5일을 일하면 근속으로 토요일 하루 근무수당을 더 지급한다.
몸이 부서질 것 같아 쉬거나, 일을 보러 하루 못가면 당연히 내 일자리는 다른 사람이 차지하게 되고, 만약 노는 모습이 반장아주머니에게 들키거나 손이 느리거나 흠이 잡혀도 다음날 힘들게 출근해봤자 자신의 이름은 호명되지 않고 버스타고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150명으로 시작한 인원은 참치선물세트가 하나씩 완성돼 가고, 명절을 맞이하여 만들어야하는 세트물량이 완성되어감에 따라 점점 인원은 감축된다.
하루도 빠지지 않는 사람, 손 빠른 사람, 열심히 하는 사람 가끔은 반장아주머니께 잘 보인사람 이렇게 순위를 매겨 사람의 숫자도 줄어들게 된다.
1공장과 2공장으로 돌아가던 공장도 한 공장만으로도 충분하게 되고. 명절 2주 전이 되면 100명, 70, 50, 20명 정도로 대폭 감소하게 되고 어느 날 일은 끝난다.
그리고 1개월 뒤 고생의 결과는 통장에서 확인 할 수 있다.
그 어떤 아르바이트보다도 혹독하고 이를 앙당물게 하는 첫 아르바이트 참치 공순이를 졸업하게 되면 고기집 홀서빙이나 전단지부착 등 가기 싫고 하기 싫은 어떤 아르바이트도 겁이 나지 않고 무적이 될 것 같은 마음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세상물정 모르는 고등학교 졸업반 아이들을 상대로 아르바이트란 명목으로 노동력을 착취하는 현실에 서글퍼 진다.
김 씨는 “직장에 들어가서도 참치시절을 떠올리며 힘든 일도 곧잘 하게 되며, 목포에서 직장을 잡고 일할 수 있고, 매일 사무실에 앉아 편안히 일을 하고 월급이 착착 들어오는 것만으로도 만족하고 감사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하지만 “약간의 후유증으로 참치만 보면 화가 나거나 참치가 들어간 음식이 먹기 싫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혹독한 참치공순이. 아직 부모님이 주신 용돈으로 편하게 살아 돈의 소중함을 모른다면 한번쯤 해 볼만 할 것이다.
어른들이 항상 하시는 말씀 “남의 주머니에서 돈 나오는 일중에 쉬운 일은 없다”는 말이 가슴속에 새겨지고, 참치공순이로 받은 돈은 왜 그리 귀한지 쓸 수 없을 지경이 올지도 모른다.
              /이윤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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