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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필 소방위 <화순소방서 화순119안전센터> “불이 빨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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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필 소방위 <화순소방서 화순119안전센터> “불이 빨간 이유”
  • 호남타임즈
  • 승인 2018.09.21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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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광필 소방위.
얼마 전 관내에 있는 어느 초등학교의 요청으로 어린이 소방안전교육을 다녀온 적이 있었습니다. 제복을 입은 119 아저씨를 보고 호기심으로 가득 찬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들이 그 어느 때보다도 반짝반짝 거렸습니다.
 
이날 소방안전교육은 위험할 때를 대비해 심폐소생술과 피난ㆍ대피 위주로 진행됐습니다. 안전교육이 거의 끝나갈 쯤 노랑나비 모양의 세월호 리본을 손목에 찬, 야무지게 생기고 호기심으로 가득 찬 어린이 한 명이 갑자기 손을 번쩍 들고서 “119 아저씨, 왜! 불이 빨개요. 불이 빨간 이유가 뭐예요”라고 당차게 내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질문에 나는 순간 당황해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어떤 말을 해줄까, 뭐라고 대답을 해줘야지, 그 어린아이의 의문을 풀어줄 수 있을까. 망설일 뿐 나는 특별한 대답을 해 줄 생각나는 말이 전혀 없었습니다.
 
그 순간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불에 대한 사전적인 의미나 ‘열을 내는 것들은 대부분 빛을 발산하며 적외선에 가까운 것일수록 열이 많아 빨간색에 가깝다’라는 과학적인 말보다는 그 어린아이에게 좀 더 불에 대한 경각심과 훗날까지 머릿속에 남을 수 있도록 시적이고 은유적이고 인문학적인 어떤 적절한 답변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싶어 나는 흐트러진 마음을 가다듬고서 그 어린아이에게 이렇게 대답을 해줬습니다.
 
불이 빨간 이유는 “조심 또 조심. 늘 조심하라고…” 그 어린아이에게 내가 옳은 답변을 해줬는지 아직은 모르겠지만 그 어린이한테 어른이 돼서도 기억되고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교육시간이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뿐입니다.
 
소방공무원으로서 소방안전교육과 각종 업무를 수행하는 중에 느끼게 되는 점들은 세월호 이후 국민의 안전에 대한 의식 수준은 예전보다 훨씬 더 높아졌지만, 안전의식이 생활 속에 정착되기까지 아직 멀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교육을 통해서 아이들이 어릴 적부터 안전에 대한 의식들이 몸에 배어 우리들의 생활 속에서 소방안전문화의 꽃이 활짝 필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야 되겠다는 마음을 가졌습니다. 볕이 노랗고, 잎이 파랗고, 불이 빨갛듯, 아주 자연스럽게...

<밝은 지역사회를 열어가는 호남타임즈/목포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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