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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 조만천 과장<국민건강보험공단 목포지사> “코로나 이후(Post-COVID)의 건강보험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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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 조만천 과장<국민건강보험공단 목포지사> “코로나 이후(Post-COVID)의 건강보험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 호남타임즈 기자
  • 승인 2020.10.16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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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Post-COVID)의 ‘건강보험’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2020년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하여 막연한 두려움과 혼란 속에서도 마스크 착용, 발열 체크,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 등 생활 방역은 “K-방역”이라는 이름으로 일상이 되었고, 정치, 경제, 교육, 문화 등 사회 전반에 걸쳐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상황과 마주하고 있다.

최근 전 세계적인 2차 대유행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서도 대한민국은 의료진의 헌신과 성숙한 국민 의식에 바탕을 둔 체계적인 방역시스템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에서 1단계로 낮추는 등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이러한 방역 당국과 국민들 사이에서 대응체계와 지원을 가능하게 했던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바로 ‘건강보험’이라고 말할 수 있다.

대다수의 사람은 언제 어디서나 코로나에 감염될 수 있다는 두려움과 공포를 느끼고 있지만 감염되었다 하더라도 막대한 치료비에 대한 부담은 상대적으로 크게 느끼고 있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건강보험공단에서 진료비의 80%를 지원하고 나머지 20%는 정부가 부담한 덕분에 본인부담금 없이 빠른 진단과 조기 치료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최근 KBS의 ‘코로나 이후 한국 사회 인식조사’에서 건강보험에 대한 국민 신뢰도가 87.7%로 나타났다, 이는 코로나로 고통받고 있는 상황이지만 역설적으로 그동안 인식하지 못했던 건강보험의 가치와 건강보험제도에 대한 신뢰와 자긍심을 갖게 된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고 볼 수 있다.

‘사람이 먼저다’라는 가치를 가지고 출발한 문재인 정부의 핵심 의료정책이 바로 병원비 걱정 없는 든든한 나라를 만들기 위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이다. 이는 건강보험 보장률을 획기적으로 높여 가계의 병원비 부담을 낮추기 위한 국민 의료비 부담 완화 정책으로 건강보험 재정의 안정적 운영이 필수적이다.

정부는 지난 2017년 '문재인 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을 발표하면서 보장율 70% 달성을 목표로 비급여의 급여화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여왔다. 또한 건강보험의 안정적 운영을 위하여 로드맵에 따라 2021년도 건강보험료 3.49% 인상을 추진하였으나, 지난 8월 27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2.89%로 결정되었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경영·노동계가 경제적 부담을 호소하고 가입자 단체들(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이 건강보험 재원 조달에 있어 정부의 국고지원도 정상화돼야 한다며 정부의 인상안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예상보다 낮은 보험료 인상률에 내년도 정부 지원예산이 9조 5139억 원(14.3%)으로 반영된 상황으로 국민들의 기대와 달리 정상적인 보장성 강화정책 실행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건강보험공단 재정연구센터가 지난 8월에 발표한 세계 주요 나라의 건강보험 정부 지원정책을 비교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건강보험 재원에 정부 지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7년 기준으로 13.2%에 그친다. 반면 우리나라와 같이 사회보험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대만(23.1%), 일본(27.4%), 프랑스(52.2%)의 경우에는 제도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국고지원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법에는 ‘국가는 매년 예산의 범위에서 해당연도 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100분의 14에 상당하는 금액을 국고에서 공단에 지원’하고, 국민건강증진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당해연도 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100분의 6에 상당하는 금액'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하지만 법조문의 불명확한 규정과 건강증진기금 법정한도 문제 등으로 국고지원금 20%가 지켜진 적이 없다.

이번 정부는 보장성 강화정책을 추진하면서도 국고지원 비율이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의 15~16%보다 오히려 더 낮은 13.5% 수준에 머무르고 있으며, 지난 13년간 국고 미지원액은 24조 7.313억 원에 이른다고 한다. 여기에 더해 이러한 지원 규정도 일몰제로 운영되어 2022년에 종료될 예정이니 건강보험제도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대 국회에서 관련 법률 개정안이 발의되었으나 회기 종료로 자동폐기 되었으며, 현 21대 국회에서도 규정 명확화와 사후정산제 도입 및 국고지원 일몰조항 삭제 등을 담은 개정안이 발의되어 있다.

이제 "건강보험료 인상률을 논의하기에 앞서 정부는 건강보험 국고지원 20%를 철저하게 이행하라"고 주장하고 있는 국민들을 대표하는 가입자 단체, 노동계 등의 목소리에 정부는 책임감 있게 행동하여야 하고 국회는 조속한 관련법률 개정으로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국민건강권 확보에 한 발짝 더 다가가기를 기대해 본다.

아울러 건강보험공단에서도 국민들이 더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정부의 건강보험정책을 지원하고, 국민들이 성실히 납부한 보험료가 올바로 쓰일 수 있도록 재정관리에 만전을 기하는 등 코로나 이후(Post-COVID)의 어떤 위기 상황에서도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밝은 지역사회를 변화시키는 힘 호남타임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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