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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진 교수 <광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안전거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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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진 교수 <광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안전거리가 필요하다”
  • 호남타임즈 기자
  • 승인 2021.06.24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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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진 광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김철진 광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김철진 교수 <광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안전거리가 필요하다”

 

동물들에게도 안전거리라는 것이 있다. 그 안전거리는 동물마다 다 다르다. 그래서 동물원에서 팬스를 설치할 때 동물마다 안전거리를 염두해 두고 설치한다. 이렇게 안전거리가 확보 되었을 때는 어떤 위험도 느끼지 않고 평안한 상태가 된다. 그런데 그 안전거리가 확보되지 않았을 때는 매우 신경질적이며, 심리적인 불안감을 가지게 된다.

이와 같이 우리도 공동체를 형성하며 살아간다. 크게는 나라, 사회 등등 작게는 조직과 가정이 모든 것이 다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 그래서 가족은 때로 가장 안전거리가 필요한 관계일 수 있다. 그런데 이 안전거리를 제일 못 지키다 보니 문제들이 생기게 되는 것 같다.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상대방을 위해 안전거리를 만들어야 그 안에 평안이 생길 수 있다.

그러하기에 우리의 삶에도 안전거리 조정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의 지혜와 시간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이 안전거리가 지켜지지 않는 삶이라면 때로는 단호한 모습도 필요하다. 그저 쌓아만 두었다가 터지면 회복 불가능하기 때문에, 쌓아 두지 말고 문제가 생기면 바로 의사 표현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래서 서로의 안전거리를 지속적으로 확인해야 할 것이다.

특히 가족이기에 더 예의를 지켜야 한다. 부부간에도 정말 예의가 중요한 것 같다. 예의에서 벗어날 경우 거리를 조금 더 띄워서 상처를 주지 말고, 상대방을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 우린 다 모르는 사람에게는 본래 예의를 잘 지킨다. 그런데 안타까운 사실은 가까운 사람에게는 그 예의가 사라지기에 관계가 깨지는 것 같다. 한 번 잘 생각해 봐도, 모르는 사람에게는 상처를 받지 않는 것 같다.

삶의 여유가 더 없을 때에는 좀 더 세밀하게 안전거리를 유지하며, 서로 예의를 갖추는 상태로 머물러야 할 것 같다. 그렇게 서로 어느 거리를 두어야 서로 존중하면서 가족의 따스함이 유지될 수 있지 않을까?

‘관계성’이라는 것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자. 그것을 강화하거나 약화하는 요인은 무엇일까? 일반적으로는 만나는 빈도, 주고받는 말, 태도(말 이외의 몸짓 언어) 이 세 가지를 관계성의 3대 요인으로 꼽는다. 바꿔 말하면 사람들 사이에서의 거리를 적절하게 유지하는 데 필요한 힌트도 이 세 가지를 조절하는 데에 있다. 인간관계에 능숙한 사람들은 이를 잘 다룰 뿐만 아니라, 건강한 관계를 위한 자기만의 노하우도 가지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자신과 타인 사이의 경계선을 가르키는 ‘바운더리’인데 자기만의 ‘바운더리’를 만드는 것이다.

왜 현대사회에서 ‘바운더리’가 품격의 덕목이 된 걸까? 우선 과거와 달리 커뮤니케이션 수단과 도구가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언제 어디서든 우리는 타인과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고 복잡한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정보통신의 발달로 인한 SNS의 보급은 커뮤니케이션에 혁명을 일으켰다. 개인과 개인을 연결하는 수단은 전에 없이 늘어났고 이제는 각종 SNS 속에서 인간관계가 형성되고 있다. 라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소통 채널을 통해 친구가 늘어난다. 하지만 SNS 상황을 늘 주시하며 댓글에 일일이 반응해야 한다는 점은 한편으론 불편한 일이다. 그뿐 아니다. 한 사람이 여러 개의 SNS를 사용하기도 하고, 또 같은 상대와 다른 SNS를 통해 커뮤니케이션하는 일도 생긴다. 개중에는 각 SNS의 성격에 맞춰 태도를 바꾸는 사람도 있다. 이쪽에서 한 말과 저쪽에서 한 말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걸 누가 지적하지 않을까 싶어 불안해하기도 한다.

커뮤니케이션의 형태는 현재 진행형으로 변하고 있다. 앞으로도 기술 개발에 의해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이나 통신 수단이 속속 등장할 것이다. 이런 시대에 바운더리를 의식하지 않고 살면 눈 깜짝할 사이에 정보의 파도에 집어삼켜 진다. 복잡한 커뮤니케이션 속에 파묻히고 만다. 예를 들면, 틈날 때마다 버릇처럼 들여다보는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은 내가 쌓아온 삶의 기준들을 뒤흔들곤 한다. 지금 내가 사는 모습에 충분히 만족하더라도 해외여행을 자주 떠나는 친구의 SNS를 우연히 보게 되면 부러운 마음이 든다. 나만 답답한 사무실에서 열심히 일하는 것 같고, 내 단조로운 삶이 보잘 것 없이 느껴지기도 한다. 아무 문제가 없던 내 하루가 불필요한 정보의 침입으로 한없이 작아지는 것이다. 이런 생각이 들 때를 조심해야 한다. 내 인생의 바운더리가 타인에 의해 흔들리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관계를 잘 맺는 사람은 자기가 가진 시간과 공간을 타인에게 쉽게 내주지 않는다. 삶의 중심에 자신을 두고, 다른 사람 혹은 다른 사람의 시선을 적당히 차단한다. 그렇게 되면 웬만해선 자존감이 무너지지 않고, 오히려 이전보다 관계가 좋아진다. 나를 힘들게 했던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멀어지고, 좋은 사람들만 주변에 남는다. 퍼스널 스페이스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에게 ‘여기는 들어가면 안 되는 영역’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인식시켜야 한다. 그런데 정색하고 가로막는 느낌을 주면 관계가 피곤해진다. 내 영역을 자연스럽게 지키는 일상적이고 습관화된 태도가 필요하다.

<밝은 지역사회를 변화시키는 호남타임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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