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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 칼럼] “가을! 전어(錢魚) 맛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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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 칼럼] “가을! 전어(錢魚) 맛나요!”
  • 호남타임즈 기자
  • 승인 2020.09.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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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 전 노무현재단 전남공동대표.
문정인 전 노무현재단 전남공동대표.

문정인 전 노무현재단 전남공동대표, “가을! 전어(錢魚) 맛나요!”

칠월은 아팠고 팔월은 잔인했다. 그리고 구월이다. 가을이라고 하기에는 아직은 지독한 여름의 향기가 더 짙다. 스스로를 감금하며 살아야 하는 바이러스 시대 마음이 소란스럽다. 그렇다고 외출도 만남도 쉽지 않는 요즘이다. 일찍이 경험해 보지 못한 상실과 혼돈의 시대를 체험중이다. 이럴 때일수록 몸과 마음을 다잡는 시간이 필요할 듯싶다. 휴일 오후 아내와 함께 유달산에 올랐다.

시원한 풀냄새의 둘레길이 반갑게 반긴다. 유달산 풍경은 여전히 흐뭇하고 지루할 틈이 없다. 비에 젖은 초록의 아름다움에 눈물이 왈칵 쏟아질 지경이다. 코로나19로 지친일상을 위로받을 수 있는 곳, 말없이 머물다 가는 유달산의 여름이 느슨해 좋다. 구겨짐과 뒤틀린 생각을 비워냈다. 대신 다정하게 기분 좋은 긴장감 넘치는 에너지를 충전했다. 유달산은 언제보아도 명산예산이다.

내려오는 길 아내의 스케줄에 따라 동부시장에 들렸다. 전통시장은 사람들로 제법 붐빈다. 긴 장마와 태풍이 채소 가격에 영향을 준 모양이다. 아내는 열무와 파, 꽈리고추 등을 몇 번이고 들었다 놓는다. “일부러 왔는데 마트보다 더 비싸면 어떻게?” 단골로 다니는 노점 할머니랑 흥정한다. 마른 갈치 한 마리에 300원 남는다는 생선가게 주인장과 입 시름하는 아내의 모습이 천생 아줌마 맞다.

전통시장에서 주전부리는 빼놓을 수 없는 재미다. 특히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이른바 겉바속촉의 튀김은 역시 과학이다. 고소한 맛은 지혜롭고 달콤하며 바삭한 식감의 행복한 단 맛은 입 안 가득 퍼진다. 튀김의 재발견이 즐겁고 맛나다. 두 손에 검정봉지를 들고 아내 뒤를 졸졸 따라다닌 처연하고 서글픔에 대한 보상이다. 이때 아득히 익숙한 맛, 전어 굽는 냄새가 내 식욕을 흥분시킨다.

가격이 예상보다 높지만 그냥 지나칠 수 없어 튼튼한 녀석들로 전어 몇 마리를 샀다. 가을을 대표하는 생선은 단언하건데 전어 일 터. 그만큼 전어에 대한 말도 무성하다. “며느리 친정간 사이 문을 잠그고 먹는다.”또는 “전어 굽는 냄새에 집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등의 불편한 속담을 이제 는 시대에 맞게 고쳐 써도 좋을 듯싶다. “전어 굽는 냄새에 가출한 아들놈도 돌아온다.” 아무튼 전어의 계절이 다가왔다.

부엌에서 아내가 솜씨를 발휘 중이다. 전어 내장을 빼고 뼈 체 얇게 썰어 전어무침을 준비한다. 파, 마늘, 무, 식초, 생강, 효소, 초고추장, 풋고추, 고춧가루, 통깨, 깻잎 등으로 치장한 전어무침이 입으로 쑥 들어온다. 올 들어 전어와 첫 만남이 달디 달다. 전어에 소금을 살금살금 뿌려 굽는 전어 냄새가 동네에 진동하는 가을이 발치다. 조선시대 실록에도 전어가 특산물로 등재되어 있다.

당시 전어 한 마리 값이 쌀 석 되 라는 기록을 보더라도 전어는 귀한 몸으로 대접받는 생선이었음이 짐작된다. 자산어보에도 전어에 대한 기록은 빠지지 않는다. 세종대왕은 육고기를 즐겨먹어 몸이 비만했다. 숙종께서는 생선을 좋아 했는데 특히 남쪽에서 진상된 전어를 즐겼다. 이맘때면 신하들의 목소리가 들린 듯하다. “전하! 가을전어 대령했사옵니다.”

<밝은 지역사회를 변화시키는 힘 호남타임즈>

<호남타임즈신문 9월 16일자 7면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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