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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래동화와 함께 하는 인성교육 <옛이야기 톡톡-11> 정소영 순천 팔마초 교장<동화작가> “벼락부자가 된 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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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래동화와 함께 하는 인성교육 <옛이야기 톡톡-11> 정소영 순천 팔마초 교장<동화작가> “벼락부자가 된 동생”
  • 호남타임즈
  • 승인 2017.12.18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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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어느 마을에 어머니,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형제만 단 둘이 사는 집이 있었습니다. 고아가 된 두 형제는 앞으로 살 일이 걱정이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어떻게 살지?”하고 동생이 형에게 물었습니다.
“니가 먹을 것을 구해 오면 내가 요리를 하고 집안 살림을 맡아서 할게.”
어느 날 동생이 밥과 돈을 얻어 왔습니다. 형은 그 돈으로 쇠고기를 샀습니다. 형은 군침을 삼켜가며 쇠고기를 볶았습니다.
“야아, 고기다, 고기!”
동생은 상에 차려진 쇠고기요리를 보고 정신없이 먹었습니다. 형이 젓가락을 들기도 전에 쇠고기만 가려서 순식간에 다 먹어버렸습니다.
형은 화가 치밀었습니다.
“이 허천 아귀병 걸린 놈아, 그렇다고 니 혼자 다 쳐먹어? 형도 먹어봐야 할 것 아니냐?”
형은 동생의 뺨을 세게 쳤습니다.
“니겉은 놈이랑 함께 살 수 없어. 당장 나가!”
형은 동생을 집 밖으로 내쫓았습니다.
동생은 형이 원망스럽기도 하고 너무 심하게 한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집으로 되돌아 갈 수는 없었습니다.
길을 따라 한없이 울먹울먹 서러움을 참으며 걸었습니다. 날이 저물어 산기슭 지붕같이 생긴 바위 밑에 웅크리고 잠을 청했습니다.
갑자기 하얀 수염을 기른 산신령이 눈앞에 나타났습니다. 산신령은 혼자 중얼거렸습니다.
“이 건너 불빛이 보이는 동네 가운뎃집 처녀가 곧 죽게 되었다지. 어리석은 것들. 몸채 집기둥 가운데에 100년 묵은 지네만 잡아내면 되는데…….”
산신령은 또 중얼거렸습니다.
“저 건너 불빛이 보이는 동네 첫 번째 집 앞의 장구배미 논에는 금이 몽땅 들어 있어.”
산신령은 갑자기 사라져버렸습니다. 동생은 산신령이 하는 말을 한마디도 빠뜨리지 않고 새겨들었습니다.
동생은 산 속의 밤이 무서웠지만 꾹 참고 하룻밤을 보냈습니다.
다음날 아침, 거지행색을 하고 산신령이 말하였던 집으로 갔습니다.
“밥 한술만 주십시오.”
주인은 동생에게 밥 한 그릇을 주었습니다. 동생은 배가 고픈지라 밥을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런데 안방에서 신음소리가 났습니다.
마루에 앉아있던 주인이 크게 한숨을 쉬었습니다.
“딸아이가 병이 깊어 걱정이요.”
“제가 어디서 병을 낫게 하는 비방책을 들었는데 한번 시도해 보면 어떻겠습니까?” 하고 동생이 물었습니다.
“우리 딸아이 병이 낫는다면 무슨 일이라도 해봐야지요.”
“불땀이 센 숯불을 피워 가져오십시오.”
주인이 숯불을 피워 가져왔습니다.
동생은 마루기둥에 얹혀진 2개의 대들보에 각각 소나무기둥을 떠받치고 마루 기둥 밑에 숯불을 피우며 기둥의 가운데 부분을 톱으로 잘랐습니다.
연기가 피어올랐습니다. 이게 웬일일까요? 100년 묵은 지네가 연기 속에서 기어 나왔습니다. 동생은 그 지네를 잡아 죽였습니다.
안방의 문이 열렸습니다. 아프다던 주인의 딸은 병이 씻은 듯이 나아서 웃으며 나왔습니다.
“세상에 내 딸 병이 나았어! 신통방통한 사람이네.”
주인은 동생을 자기 집에 머무르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동네방네 자랑을 하였습니다.
딸이 아버지에게 말하였습니다.
“아버님, 제 생명을 구해 준 귀하신 분과 혼인을 하고 싶습니다.”
주인은 쾌히 결혼을 승낙하였습니다.
“자네에게 논 한다랑이 사서 새집을 지어주려고 하는데 어디가 좋겠는가?” 하고 주인이 사위가 된 동생에게 물었습니다.
“처갓집 바로 앞에 있는 장구배미가 지대가 높고 양지가 발라서 집터로 좋겠습니다. 그 논을 사주십시오.”
동생은 산신령의 말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장구배미는 집터로는 좋지 않았지만, 금덩어리가 가득 묻혀 있다는 산신령의 말이 기억났기 때문입니다.
주인은 사위의 요구대로 장구배미논을 사주었습니다.
동생은 그 땅에 집을 짓고 농사를 지으며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그러면서 동생은 아무도 모르게 날마다 조금씩 마당 한 귀퉁이를 팠습니다. 어느 날, 커다란 황금덩어리가 나왔습니다.
“황금이다. 황금!”
동생은 벼락부자가 되었습니다.
큰 부자가 된 동생은 형이 생각났습니다. 형이 밥이라도 먹고 사는지 궁금하였습니다. 형을 찾아갔습니다.
“형님, 저를 모르겠습니까?”
형은 몰인정하게 동생을 쫓아냈던 일을 기억하면서도 모른 체 하였습니다.
“나는 부모형제도 없이 느즈막에 아내하나 얻어 그냥 살고 있소. 당신 같은 동생을 둔 적이 없소.”
“형님, 그러시면 안돼요. 저는 분명히 형님이 만들어 준 고기를 혼자 다 먹다 쫓겨난 철부지 동생입니다. 소중한 핏줄의 정을 느끼고 싶어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동생이 눈물을 뚝뚝 흘리며 말하였습니다.
그제야 형은 동생의 손을 덥석 잡았습니다.
“아, 맞아 맞아. 니가 내 동생이다. 그래, 그동안 어떻게 살았어?”
두 형제는 술상을 마주 하고 그동안 살아 온 이야기를 주고받았습니다.
동생이 가고 난 후 형은 자신도 신세를 고쳐야겠다고 생각하였습니다. 동생이 산신령의 예언을 들었다는 그 바위 밑으로 갔습니다.
날이 저물어 어두워지도록 산신령을 기다렸습니다. 아무리 기다려도 산신령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때 집채만 한 호랑이가 나타났습니다.
호랑이는 형을 덜컹 물고 숲속으로 내달렸습니다.
(참고 도서 : ‘광주의 설화’, 광주민속박물관 발간)

□ 생각 톡톡

톡1. 집에서 쫓겨난 동생이 어떻게 하여 벼락부자가 되었는지 이야기해 봅시다.
톡2. 형은 상에 차려진 쇠고기요리를 혼자 다 먹어버린 동생을 집 밖으로 내쫓았습니다. 형과 동생의 행동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을 이야기해 봅시다.
톡3. 토론한 내용을 바탕으로 여러분이 형이나 동생이 되어 형은 동생에게, 동생은 형에게 편지글을 써 봅시다.

<호남타임즈신문 2017년 12월 13일자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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