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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정소희 기자, "생색은 내가 낼게, 선물 준비는 니가 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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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정소희 기자, "생색은 내가 낼게, 선물 준비는 니가 할래?"
  • 정소희 기자
  • 승인 2019.01.16 18: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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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찍고 보여주기 식 봉사활동은 이제 그만
저소득층 아이들 프라이버시도 존중해 줘야

▲ 정소희 기자.
최근 A기관에서 학생들의 삶을 더 깊이 이해하고 마음으로 만나기 위한다며 저소득층 학생들의 가정방문을 실시했다.

A기관은 표면적으로는 B지방자치단체 센터와 연계하여 가정방문을 실시했다. 하지만 나중에 보니 C사회단체와 D전남도의원 그리고 지방자치단체장 부인이 함께 했다.

A기관은 가정방문을 통해 부모상담, 가정환경, 학생과 학부모의 욕구를 직접 파악 할 수 있었으며, 학생들의 삶을 마음으로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렇게 좋은 의미로 시작한 가정방문이 정말로 좋게 보였을까?

행사가 끝나자마자 D도의원은 단체장 부인이 방문하는 사진부터 선물을 전달하는 사진까지 SNS에 올렸다.

또 A기관은 단체장 부인과 전남도의원이 잘 보이는 사진을 곁들여 홍보했다. A기관은 자신의 행사에 왜 해당지역 단체장 부인과 전남도의원이 잘 보이는 사진으로 홍보했을까? 그렇게 잘 보여야 하는 이유가 있었을까?

저소득층 가족들을 위한답시고 우르르 몰려가 선물을 전해주고 사진을 찍고 SNS에 올리고 홍보하는 것은 순수한 마음으로 했다고는 안보여 진다.

과연 이게 학교생활에 대한 정보를 공유 하고 소통의 문을 여는 가정방문인가 아님 보여주기 식 봉사활동인가 하는 의문점이 든다.

그 가족들의 생활은 배려하지 않고 본인들이 좋은 일 했다는 것만 만천하에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사진을 자세히 보면 집 내부 가구를 비롯해 생활상이 고스란히 보이고 있다. 저소득층이나 아이들도 자존심이 있는데... 과연 이들은 이 사진을 보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일부 생색내기 좋아하는 몰지각한 사람들로 인해 아이들의 자존심이 상하지 않기를 바란다.

과거 사례를 보면 이들은 더 큰소리를 치는 경향이 있었다. “우리 돈 내고, 우리가 봉사하는데 그러면 앞으로 안하면 된다”라고.

우리가 말하는 ‘적폐’는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호남타임즈신문 2019년 1월 16일자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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