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공약, 이미지 전략 설정해 놓고 일방적 유권자 전달
유권자 … 개‧돼지, 소통 대상, 평가자, 동반자 “냉정 판단”
소통의 달인 강조, 하지만 명함 등에 연락처 없고 비공개
정책, 공약, 이미지 전략 설정해 놓고 일방적 유권자 전달
유권자 … 개‧돼지, 소통 대상, 평가자, 동반자 “냉정 판단”
◎ 정진영
‧ 호남타임즈신문 회장
‧ 목포타임즈신문 회장
‧ 행정학박사
‧ 사회복지학박사
선거철이 되면 각종 선거에 출하하는 정치인들은 유권자(시민)를 가장 가까이에서 섬기겠다고 말한다. 거리에서 고개를 숙이고, 시장에서 손을 잡으며, 시민의 목소리를 듣겠다고 거침없이 약속한다.
그러나 많은 유권자들은 다수가 이같은 정치인들의 태도 속에서 다른 시선을 느낀다. 자신들이 존중받는 시민이 아니라, 쉽게 선동되고 이용할 수 있는 존재처럼 취급된다는 느낌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종종 “정치인들이 국민을 개·돼지로 본다”는 냉소적인 표현을 사용한다.
이 표현은 단순한 욕설이나 비하적인 표현이 아니다. 이것은 유권자를 독립적인 판단을 하는 시민이나 동반자가 아니라, 감정과 이미지에 따라 움직이는 대상으로 여긴다는 비판을 담고 있다.
일부 출마자들은 정책의 실현 가능성보다 자극적인 구호를 앞세우면서, 복잡한 사회 문제들을 단순한 적대 구도로 몰아간다.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하더라’ 식의 네거티브 전략을 적절하게 사용한다. 중요한 논쟁보다는 혐오와 분노를 자극하는 말이 더 빠르게 확산된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결국 유권자는 ‘설득의 대상’이 아니라 ‘조작의 대상’으로 취급될 위험에 놓이는 것이 현실인다.
또한 선거 전과 후의 태도 차이도 이러한 인식을 강화하고 있다. 선거 기간에는 시민을 위해 모든 것을 할 것처럼 말하지만, 당선 이후에는 약속이 흐려지거나 시민의 목소리가 외면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유권자들은 자신들의 삶이 진지하게 논의되지 않고, 오직 표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만 소비됐다고 느껴졌을 때 “우리를 개·돼지로 본다”는 분노가 생겨난다.
현대 정치 환경 역시 이런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 짧은 영상, 자극적인 문구, 진영 논리에 기반한 정치가 확산되면서 깊이 있는 정책 토론은 점점 줄어든다. 정치인은 관심을 얻기 위해 더 강한 말을 하고, 유권자는 반복되는 선동 속에서 피로감과 냉소를 느낀다. 결국 정치에 대한 신뢰는 약해지고 민주주의 자체도 흔들릴 수 있다.
한편, 선거철이 되면 출마자들은 하나같이 “늘 소통하겠다”는 말을 강조한다. 유권자의 목소리를 듣고, 현장의 의견을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약속도 빠지지 않고 한다. 그러나 실제로 체감되는 소통은 종종 일방 통행에 가깝다. 말은 ‘소통’인데, 내용은 이미 정해져 있고 시민은 그 틀 안에서 반응만 요구받는 경우가 많다.
지난 전남광주통합시장 경선이 그렇다. 경선 출마자들 명함에는 한결같이 후보자 핸드폰이나 연락처가 없다. 사무실 연락처는 있지만 제대로된 소통창구는 없다. 사무실을 방문했던 유권자는 오로지 ‘권리당원 확보’의 도구이지, 정치적 동반자는 아니었다고 비판했다.
이런 방식의 특징은 먼저 메시지가 위에서 아래로 내려온다는 점이다. 출마자는 자신의 정책, 공약, 이미지 전략을 먼저 설정해놓고 이를 유권자에게 전달하고 있다. 시민의 의견은 그 이후에 ‘피드백’ 형태로만 반영된다고 하지만 이 피드백이 실제 정책의 방향을 바꾸는 경우는 극히 제한적이다.
또 다른 문제는 ‘듣는 척하는 소통’이다. 현장 간담회나 SNS 댓글 소통, 타운홀 미팅이 활발해 보이지만, 그 안에서 제기된 의견이 정책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시민의 발언은 기록되고 공유되지만, 결정 구조는 그대로 유지된다. 이 과정에서 유권자는 참여하고 있다는 느낌은 받지만, 실제로는 영향력이 제한된 참여에 머무르게 된다.
이런 구조가 반복되면 소통은 점점 형식화된다. 정치인은 “우리는 소통했다”고 말할 수 있고, 시민은 “말은 했지만 바뀐 건 없다”고 느낀다. 이 간극이 커질수록 정치에 대한 불신은 깊어진다. 소통이 많아질수록 오히려 거리감이 커지는 역설이 생기는 것이다.
이런 구조가 반복되면 소통은 형식화된다. 정치인은 “우리는 소통했다”고 말할 수 있지만, 유권자는 점점 학습하고 있다. “어차피 말해도 바뀌지 않는다”는 경험이 쌓이면서 참여 의지는 약해지고, 정치에 대한 냉소가 커진다. 소통이 많아질수록 오히려 정치와 시민 사이의 거리는 멀어지는 역설이 생기면서 보여주기식 소통이 신뢰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신뢰를 소모하는 셈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책임의 비대칭이다. 출마자는 “의견을 들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히 소통했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유권자는 자신의 의견이 실제로 어떻게 반영되었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듣는 행위는 존재하지만, 반영과 책임은 불투명하다. 이 구조 속에서 소통은 대화가 아니라 일방적인 수집 과정으로 변질된다.
유권자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화려한 소통 방식이 아니라 변화의 증거다. 말이 아니라 결과, 만남이 아니라 반영 여부가 기준이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소통’이라는 말은 결국 정치적 이미지를 위한 장식어에 불과하게 된다.
진짜 소통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방향이 함께 만들어지는 과정이다. 출마자가 이미 결론을 정해두고 설명하는 구조에서는 시민은 참여자가 아니라 청중에 머문다. 반대로 시민의 의견이 실제 정책의 조건과 우선순위를 바꿀 수 있을 때, 비로소 소통은 의미를 가진다.
결국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정치인이 얼마나 많이 말했는가”가 아니라, “시민의 말이 얼마나 정치의 방향을 바꿨는가.”
여기서 가장 중요한 점은 유권자가 점점 ‘정치 소비자’를 넘어 ‘정치 감시자’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이다. 출마자가 무엇을 말했는지뿐 아니라, 그 말이 지켜졌는지 기록하고 비교하고 있다.
즉 유권자는 점점 더 기억하는 존재가 되고 있다. 과거처럼 선거 기간의 메시지만으로 설득되기 어렵고, 장기적인 신뢰 관리가 중요해진다는 점이다.
그래서 오늘날 유권자는 출마자를 단순히 ‘선택하는 사람’이 아니라, ‘끊임없이 평가하고 재판단하는 시민’이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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